특허독립의 원칙과 국제재판관할
특허독립의 원칙과 국제재판관할 | |
사건번호 |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다19093 판결 |
판시사항 |
[1] 등록을 요하는 특허권의 성립, 유·무효 또는 취소 등을 구하는 소가 등록국 또는 등록이 청구된 국가 법원의 전속관할인지 여부(적극) 및 주된 분쟁 및 심리의 대상이 특허권 등을 양도하는 계약의 해석과 효력의 유무일 뿐 특허권의 성립, 유·무효 또는 취소와 관계없는 경우에도 위 양도계약의 이행을 구하는 소가 등록국이나 등록이 청구된 국가 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하는지 여부(소극) [2] 특허권 등의 양도계약을 체결하면서 관련 분쟁이 발생할 경우 관할법원을 대한민국 법원으로 하기로 약정한 사안에서, 위 양도계약에 기하여 특허권이전등록 등을 구하는 소가 위 특허권 등의 등록국 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한다고 볼 수 없고, 위 전속적 국제관할합의가 유효하다고 한 사례 |
I. 사건개요
甲은 乙이 특허권자로 등록된 일본국 내 특허권, 乙이 출원인으로 된 일본국 내 특허출원, 乙이 대표이사인 유한회사 소외 丙이 출원인으로 된 일본국 내 특허출원, 그 특허발명들에 대응하는 일본국 외(한국, 중국 등)에서의 특허출원 및 등록된 특허권 일체와 관련한 모든 권리를 무상으로 양도받기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양도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사건 양도계약과 관련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 관할법원은 대한민국의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하고, 그 준거법 또한 대한민국법으로 하기로 약정하였다.
甲은 乙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특허권이전등록절차 및 출원인명의변경신고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관할합의의 효력을 부정하여 일본 등 외국 특허에 관한 소송은 모두 각하하고, 乙의 한국 특허에 관한 부분은 기각하였다. 甲은 이에 항소하였고 서울고등법원은 이 사건 관할합의의 효력을 인정하고 제1심 판결을 취소한 뒤 甲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는 판결을 하였다. 이에 피고들은 상고하였다.
II. 판결요지
[1] 판단법리
당해 사건이 외국 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특허권은 등록국법에 의하여 발생하는 권리로서 법원은 다른 국가의 특허권 부여행위와 그 행위의 유효성에 대하여 판단할 수 없으므로 등록을 요하는 특허권의 성립에 관한 것이거나 유·무효 또는 취소 등을 구하는 소는 일반적으로 등록국 또는 등록이 청구된 국가 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그 주된 분쟁 및 심리의 대상이 특허권의 성립, 유·무효 또는 취소와 관계없는 특허권 등을 양도하는 계약의 해석과 효력 유무일 뿐인 그 양도계약의 이행을 구하는 소는 등록국이나 등록이 청구된 국가 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2] 사안의 경우
甲이 乙에게서, 乙이 특허권자 또는 출원인으로 된 일본국 내 특허권 또는 특허출원과 그 특허발명들에 대응하는 일본국 외에서의 특허출원 및 등록된 특허권 일체와 관련한 모든 권리를 무상양도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위 양도계약과 관련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 관할법원을 대한민국 법원으로 하기로 약정한 사안에서, 위 양도계약에 기하여 특허권의 이전등록 또는 특허출원인 명의변경을 구하는 소는 주된 분쟁 및 심리의 대상이 위 양도계약의 해석 및 효력의 유무일 뿐 위 특허권의 성립, 유·무효 또는 취소를 구하는 것과 무관하므로 위 특허권의 등록국이나 출원국인 일본국 등 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한다고 볼 수 없고, 또한 대한민국법상 당사자 사이에 전속적 국제관할합의를 하는 것이 인정되고 당해 사건이 대한민국 법원과 합리적 관련성도 있으며, 달리 위 전속적 국제관할합의가 현저하게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하여 공서양속에 반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전속적 국제관할합의가 유효하다 할 것이다.
III. 해설
1. 특허독립의 원칙
국제법상에는 속지주의로 불린다. 특허법상으로는 각국이 자기 나라에서 부여한 권리에 대해서만 보호하며, 다른 나라에서 부여된 권리의 효력은 그 나라에서만 미치고 제3국에는 미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1 국제사법 제24조는 “지적재산권의 보호는 침해지법에 의한다”라는 규정을 두고 있으며, 파리조약 4조의2에서는 “동맹국의 국민에 의하여 여러 동맹국에서 출원된 특허는 동일한 발명에 대하여 동맹국 또는 비동맹국인가에 관계없이 타국에서 획득된 특허와 독립적이다”고 하여 특허독립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이 규정은 특허의 출원과 등록을 위한 요건을 체약국의 국내법이 정하고, 특허권자의 본국에서의 특허등록여부와 무관하게 그 체약국의 등록요건을 갖춘 경우에 등록하여야 하며, 각 체약국의 특허는 다른 체약국에서 등록된 특허가 무효 또는 취소되더라도 자국의 법에 따라 특허가 유지·소멸하게 된다는 것을 규정한 것이다. 2
2. 속지주의의 적용범위
특허법에서의 ‘속지주의’는 가장 넓게는 “① 각국의 특허권의 효력은 그 국가의 법에 의하여 정해지고 ② 특허권의 효력은 권리를 부여한 국가의 영역 내의 행위에만 미치고 ③ 그 권리는 부여된 국가의 국민만이 주장할 수 있으며 ④ 그 권리는 권리가 부여된 국가의 법원에서만 제소할 수 있다”로 정의할 수 있다. 3
판례는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상 특허권은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그 효력이 미치는 것이므로 미국 특허권의 요건은 미국 특허법이 아닌 우리나라 특허법에 의하여 판단될 수는 없고, 따라서 미국 특허법상 특허 요건을 우리나라에서도 인정할 것인지에 관한 판단도 우리나라 특허법이 아닌 공서양속 기준에 따라 제한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하였고, 4 물건의 발명에 관한 특허권자가 그 물건에 대하여 가지는 독점적인 생산·사용·양도·대여 또는 수입 등의 특허실시에 관한 권리는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효력이 미친다고 하였다. 5 이처럼 속지주의는 특허권의 발생, 변동, 소멸뿐만이 아니라 특허권의 행사에 대해서까지 적용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6
3. 특허권의 성립, 유·무효 또는 취소 등을 구하는 소가 등록국 법원의 전속관할인지 여부
지적재산권 특히 등록이 요구되는 특허권과 상표권 등에 관한 소송은 속지주의에 따라 특허부여국의 법원에만 재판관할권이 있다고 하여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7 속지주의에 따라 법원은 다른 국가의 특허권 부여행위와 그 행위의 유효성에 대하여 판단할 수 없으므로 등록을 요하는 특허권의 성립에 관한 것이거나 유·무효 또는 취소 등을 구하는 소는 일반적으로 등록국 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다만, 그 주된 분쟁 및 심리의 대상이 특허권의 성립, 유·무효 또는 취소와 관계없는 특허권 등을 양도하는 계약의 해석과 효력 유무일 뿐인 그 양도계약의 이행을 구하는 소까지 속지주의의 적용범위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등록국 법원의 전속관할이라고 볼 수는 없다.
대상판결 이후 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2다4763 판결은 “甲 주식회사의 乙에 대한 영업방해금지청구의 선결문제로서, 乙이 甲 회사와 맺은 근로계약에 따라 완성되어 대한민국에서 등록한 특허권 및 실용신안권에 관한 직무발명에 기초하여 외국에서 등록되는 특허권 또는 실용신안권에 대하여 甲 회사가 통상실시권을 취득하는지가 문제 된 사안에서, 乙이 직무발명을 완성한 곳이 대한민국이고, 甲 회사가 직무발명에 기초하여 외국에 등록되는 특허권이나 실용신안권에 대하여 통상실시권을 가지는지는 특허권이나 실용신안권의 성립이나 유·무효 등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그 등록국이나 등록이 청구된 국가 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하지도 아니하므로, 위 당사자 및 분쟁이 된 사안은 대한민국과 실질적인 관련성이 있어 대한민국 법원이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고 하여, 통상실시권 취득에 대한 부분도 특허권 성립과는 관련없는 부분으로서 대한민국 법원이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짐을 분명히 하였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특허권 성립(특허권의 유·무효 또는 취소)에 관한 소와 특허권 성립과 관련 없는 소(양도계약이행, 실시권 취득)를 구별하여 전자는 등록국 법원의 전속관할로 하되, 후자는 등록국 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하지 않는 점을 분명히 하였고, 따라서 우리나라 법원을 전속관할법원으로 하는 국제재판관할합의도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유효하다는 점을 밝힌 점에서 대상판결의 의의가 있다. 8
- 외교부, 외교통상용어사전, 대한민국정부, 특허독립의 원칙의 정의 [본문으로]
- 최경수, 국제지적재산권법 , 한울아카데미, 2001, 145면. [본문으로]
- 이우석, 외국특허권침해제품의 제조․수출행위의 위법성, 경북대학교 법학연구원 법학논고, 2010, 311면 [본문으로]
- 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5다1284 판결 [본문으로]
-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42110 판결 [본문으로]
- 정기봉,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특허침해로 보는 예외적인 경우, 2019 TOP 10 특허판례 세미나, 특허법학회, 2020, 119면 참고 [본문으로]
- 이우석, 전게논문, 319면 [본문으로]
- 강경태, 전속적 국제재판관할합의의 유효성, 특허판례연구, 박영사, 2012, 598면 [본문으로]